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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서 네 얼굴 못보겠다'는 개소리

허허 | 조회 1076 | 추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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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2년에 한 번씩은 꼭 생활권이 바뀌었다. 주로 타의에 의해서였다. 이사를 했거나, 일하는 곳이 바뀌었거나, 그것도 아니면 애인이 생겼거나. 현재 내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동네는 종로구 원남동으로 세기말 감성이 흐르는 곳이다.


처음에 왔을 땐 카페보다 철물점과 조명 가게가 더 많은 거리가 낯설고 싫었다. 새로운 동네에 적응하기 위해,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마음 붙일 카페를 찾는 거였다. 하얗고 산뜻한 외관의 카페 H를 우연히 발견했을 때 얼마나 반갑던지, “내가 누울 곳은 여기”라고 소리 내어 말해버렸다.


이후 주야장천 그 카페에만 갔다. 거기 앉아 있으면 부탁, 허락, 거절만 그득한 일상에서 벗어나는 기분이라 좋았다. 한 계절이 채 지나기 전에, 즐겨 마시는 메뉴가 생겼고, 주인 언니(맞나?)와 수줍게 눈인사를 나눌 만큼 가까워졌다. 그제야 동네 사람이 된 것 같은 안정감이 들더라.


하루는 커피를 기다리며 가게 안을 서성이는데 못 보던 장식장이 있었다. ‘여기 언제부터 이런 게?’싶게 만화책, 꽃병, 선인장 화분, 천 조각 등 카페 H와 잘 어울리는 소품들이 질서 있게 놓여 있었다. “어? 영화 <리틀 포레스트> 원작 만화책이잖아. 이거 재밌댔는ㄷ…” 우당탕탕 쨍그랑! 그날따라 소매가 치렁치렁한 옷을 입고 있던 나는 그만 앞에 높인 장식품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바닥을 보니 석고로 만든 고양이 인형의 목이 댕강 잘려서 데굴데굴 굴러가고 있었다. 착한 주인 언니가 깜짝 놀라 달려왔다. “다친 덴 없으세요?” “저는 괜찮은데, 고양이가….” (목 잘린 고양이를 보는 주인 언니) “정말 죄송해요. 이거 혹시 어디 파나요? 새로 사 드릴게요.” 그다음 대사를 듣고 나는 미안해서 울고 싶어졌다.


“사실은 친구가 만들어 준 거라서 파는 게 아니에요. 안 다치셨으면 됐어요.” 고양이 테러(?) 사건이 있고 난 후, 내가 제일 먼저 한 생각은 염치없게도 ‘이제 미안해서 카페 H 못 가겠다’였다. 돌이켜보면 난 늘 그런 식으로 비겁했다. 좋아하는 오빠에게 술주정한 뒤로 그를 피해 다녔을 때도 비슷한 심정이었다.


그가 새벽 두 시에 날 데리러 와서, 집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주고, 막차를 놓쳐 찜질방에서 잔 뒤, 다음 날 아침 일찍 아르바이트를 갔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일단 좌절했다. 그러곤 너무 미안해서 얼굴 볼 용기가 안 난다며 한동안 그를 피해 다녔다. 술김에 뱉은 말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안절부절 고민만하다가 시간이 많이 흘러버렸고 그렇게 영영 남이 됐다.


그동안 있었던 일련의 사건을 곱씹던 나는 오랫동안 놓치고 있었던 사실을 발견한다. 나는 왜 실수한 주제에 먼저 도망을 쳤지? 실수해서 상대에게 피해를 줬다면 진심으로 사과하고 어떻게든 피해를 복구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여기까진 원래 알고 있었다)


피해를 복구할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여기서부터 문제다) 그냥 도망치면 되는 건가? 아니다. 날 계속 볼지 말지 결정하는 건 상대의 몫으로 남겨두어야 한다. 실수한 사람은 그의 처분(?)이 내려질 때까지 마음이 불편한 채로 기다려야 마땅하다. 나는 그동안 최소한의 도리도 하지 않은 채 도망 다녔던 거다.


‘미안해서 네 얼굴 못 보겠다’는 개소리를 하면서. 유치원 다니는 우리 조카도 알 만한 사실을 왜 이제 와 새삼스레 깨닫는 걸까. 내가 나도 싫지만, 이 미성숙한 인간에게 그나마 쓸만한 점이 있다면, 스스로 깨우친 것에 대해서는 책임지고 실천한다는 거.


주인 언니를 볼 낯이 없지만, 매일 점심시간마다 카페 H에 출근 도장을 찍고 있다. 가끔 사람들을 우르르 데리고 가서 단체 주문을 넣기도 한다. 그런다고 목 잘린 고양이 인형이 돌아오진 못하겠지만. 부디 고양이도 잃고 단골손님도 잃는 것보단 나은 결말이길.


마음을 홀가분하게 만드는 주문
실수 하고 도망치면 영영 잃게 됩니다

출처 : 네이버포스트 ㅣ 대학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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